라쇼몽 줄거리-하나의 진실
세차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던 어느 날 허름한 '라쇼몽(羅生文)'이라고 쓰인 현판 아래 스님과 나무꾼이 비를 피해 앉아 있었다. 스님은 어쩐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무꾼은 "모르겠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이때,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 아래로 뛰어들어온 한 남자가 그들에게 궁금증을 가지며 왜 그런지 물었다. 남자의 물음에 스님은 최근에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숲속에서 낮잠을 자던 타조마루(산적)는 그곳을 지나던 사무라이 부부(타케히로와 마사코)를 보았고, 마사코의 미모에 끌려 그녀를 겁탈 할 마음을 가지고 사무라이 부부를 따라 나선다. 그 후, 타조마루는 속임수로 타케히로를 제압하고 그의 부인 마사코를 겁탈한다. 얼마 후 나무꾼은 나무를 하기 위해 숲을 지나가다 고급스러운 여자의 모자와 사무라이의 모자, 밧줄들을 발견하고 길을 따라가는데 그 길 끝에 한 남자(타케히로)의 몸에 긴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아에 신고하였다. 관아에서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불려왔고 각자의 진술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관아에서 진술하는 세 명(타조마루, 타케히로, 마사코)의 진술은 모두 달랐고,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사실(살인사건)에 대한 세 명의 진술을 통해 과거과 현재의 시점을 교차하며 비춰지고, 마지막에 나무꾼이 등장하여 사건의 진실을 말하며 막을 내린다.
서로의 주장-세 가지 진실?
타조마루(산적)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진술을 한 산적 타조마루는 자신의 악랄함을 전혀 개의치 않기에 그는 숲을 지나는 아름다운 마사코를 겁탈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후 타케히로를 속여 제압하고 그의 아내 마사코를 겁탈하였다고 진술한다. 이때의 마사코는 자신에게 완강하게 저항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이야히 한다. 또한, 자신은 사무라이인 타케히로와 정당한 결투를 통해 승리하였다고 주장한다.
마사코(사무라이의 아내)
그녀는 타조마루가 자신을 겁탈하고 떠난 뒤, 남편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혐오스럽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수치심으로 인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남편인 타케히로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녀는 진술하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가엽고 연약한 여자처럼 표현하였다.
타케히로(사무라이)
무당의 목소시를 통해 사망한 타케히로는 진술을 하였다. 그의 아내는 그녀를 겁탈하고 떠나려는 타조마루를 잡은 후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또한 타케히로는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한 것이 아니라 사무라이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진술한다. 타케히로가 진술하는 동안 마사코의 모습은 마사코가 자신이 진술할 때 그려낸 연약한 여자가 아닌 악랄하고 표독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나무꾼의 등장-알 수 없는 진실
3가지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한 나무꾼이 등장하며, 그의 시선으로 목격한 또 다른 진실로 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는 싸우기 싫어하는 타조마루와 타케히로를 마사코가 싸움을 부쳐겨 둘을 싸움에 붙여놓고 그녀는 도망쳤으며, 두 남자는 각자의 진술과는 다르게 비겁하고 치졸한 모습으로 싸움을 벌였다고 진술한다.
감상평-스스로에게 질문하다
세 사람의 주장과 나무꾼의 진술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사무라이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실에 세 사람의 진술이 모두 다르고, 그 각각의 진술은 본인들의 입장과 처지, 이해관계 등에서 자기 합리화를 위한 진술 일 것이다.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들어온 남성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려는 스님을 제외한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한 가지 사실(사무라이의 죽음)에 대해 진술한다.
이를 통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과 여러 가지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객관적인 한 가지의 사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의해 모두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될 것이다. 즉, 한개의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인 해석을 하여 여러 개의 진실로 분리하게 된다. 이것을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라고 한다.
분명히 어떤 상황과 사건의 진실은 존재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려지기 쉬울 것이며, 어쩌면 객관적인 진실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연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
한개의 사실에 대한 주관적인 여러가지 해석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일까?
내가 스스로 겪은 상황과 사건에 대한 진실은 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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